이사하면서 TV를 창고에 넣었다. 잠깐 없이 살다 다시 꺼내야지 했는데, 3개월째 그대로 창고에 있다. 생각보다 TV 없는 게 만족스러웠다. 그 3개월을 적는다. 전엔 하루 서너 시간, 주말엔 더 봤다. 그것도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켜두고 채널 돌리는 무의식적 시청이 대부분이었다.
첫 주는 조용함이 낯설었다. TV를 배경 소음처럼 켜두고 살았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처음 며칠은 그 공백을 폰으로 채웠다. 결국 매체만 바뀐 거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둘째 주엔 "뭔가 봐야 한다"는 강박 자체를 버려보기로 했다. 저녁에 책을 보거나, 차 마시며 멍을 때리거나. 처음엔 그 심심함이 무서웠는데 사나흘 지나니 편안함으로 바뀌었다.
한 달쯤 지나며 의외였던 건 시간이 늘어난 느낌이었다. 정확히는 TV에 빨려 들어가던 시간이 돌아온 거다. 저녁 두세 시간이 통으로 생기니 책을 평소보다 훨씬 많이 읽었고, 늦은 밤 TV로 각성되던 게 없어지니 잠도 빨리 들었다. 숫자로 적진 않겠다. 사람마다 다를 거다.
문제도 있었다. 두 달째쯤 뉴스·시사 공백이 왔다. 회사에서 "그거 봤어?" 할 때 모르는 일이 생겼다. 해결은 단순했다. 아침에 뉴스 요약 팟캐스트 짧게, 주요 이슈만 뉴스 앱으로 빠르게. 하루 2~30분이면 됐다. TV 네 시간과 비교하면 훨씬 적게 들이고도 필요한 건 다 따라갔다.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평일은 괜찮은데 주말 저녁이 비었고, 손님 왔을 때 TV가 없으면 분위기가 어색했다. 큰 재난·이슈가 터졌을 땐 폰 뉴스로는 부족해서 노트북으로 라이브를 봤다. 주말은 영화관이나 산책 루틴을 만들고 손님 땐 음악·차로 대체하며 메웠다.
3개월 지나고 결론은, 다시 안 살 거다. 필요한 영화·드라마는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충분하고, "켜놓기" 습관이 돌아오는 게 더 무섭다. 다만 영화 볼 때만 꺼내 쓰는 프로젝터는 고민 중이다. 결국 TV가 나쁜 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켜두는 게 문제였다. 한 번 창고에 넣어보면 그게 시간·돈·집중을 얼마나 먹고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보인다. 영영 안 꺼내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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