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지출이 한 달에 15만 원을 넘어가면서, 이럴 바엔 집에서 만들자 싶었다. 용품 사고 원두 갈기 시작한 지 1년. 결국 돈을 아꼈는지 더 썼는지 솔직하게 따져봤다.
처음엔 최소한만 샀다. 프렌치 프레스, 핸드 드립 세트, 수동 그라인더, 원두. 다 합쳐 카페 한 달치쯤이었다. 첫 주 맛은 솔직히 실망이었다. 비율도 분쇄도 엉터리라 유튜브 보고 따라 해도 어색했다. 한 달쯤 지나며 알게 된 건, 원두와 물 비율만 지켜도 80점은 나오고 물 온도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거였다. 이 두어 가지만 잡으니 카페 비슷한 맛이 났다.
맛이 안정되니 다른 원두가 궁금해졌다. 에티오피아는 과일향에 산미, 콜롬비아는 부드럽고, 인도네시아는 묵직하고. 이게 예상 못 한 재미였다. 절약하려고 시작한 게 어느새 취미가 됐다.
문제는 거기서부터다. 원두에 익숙해지니 장비 욕심이 왔다. 수동을 전동 그라인더로 바꾸고, 드리퍼 추가하고, 결국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까지 갔다. 반년 사이 장비에 들어간 돈이 초기 투자보다 훨씬 컸다. 홈카페가 절약이 아니라 완전히 취미 활동이 된 시점이었다.
1년 총비용을 솔직히 계산해봤다. 카페만 다녔으면 1년에 백수십만 원, 홈카페는 장비랑 원두 합쳐 그보다 적게 들었다. 그래서 숫자상으로는 아꼈다. 다만 장비를 안 샀으면 절약 폭이 훨씬 컸을 거다. 그 장비가 곧 즐거움이라 후회는 없지만, "홈카페 = 무조건 절약"은 솔직히 아니다. 정확한 금액은 사람마다 다를 거라 적지 않는다.
돈 말고 좋았던 건 아침에 10분 커피 내리는 루틴이 생긴 거다. 조용히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 의외로 컸고, 손님 왔을 때 내려주면 반응이 좋았다. 단점도 분명하다. 도구 설거지가 매번 늘고, 카페면 5초인 게 집에선 10분이고, 원두는 개봉하면 빨리 마셔야 하고, 무엇보다 장비 사고 싶은 유혹이 끝이 없다. 시작할 사람한테는 핸드 드립 세트랑 수동 그라인더로만, 한 원두를 2주 마시며 익히고, 장비 욕심은 석 달 뒤에 내라고 하고 싶다. 결론은, 홈카페는 카페 대체가 아니라 삶에 추가된 즐거움이다. 절약이 목적이면 인스턴트가 답이고, 커피 자체를 좋아하면 매일 10분 그 시간이 생각보다 크다. 나는 계속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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