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후기6 TV를 창고에 넣고 3개월을 살아봤다 이사하면서 TV를 창고에 넣었다. 잠깐 없이 살다 다시 꺼내야지 했는데, 3개월째 그대로 창고에 있다. 생각보다 TV 없는 게 만족스러웠다. 그 3개월을 적는다. 전엔 하루 서너 시간, 주말엔 더 봤다. 그것도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켜두고 채널 돌리는 무의식적 시청이 대부분이었다.첫 주는 조용함이 낯설었다. TV를 배경 소음처럼 켜두고 살았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처음 며칠은 그 공백을 폰으로 채웠다. 결국 매체만 바뀐 거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둘째 주엔 "뭔가 봐야 한다"는 강박 자체를 버려보기로 했다. 저녁에 책을 보거나, 차 마시며 멍을 때리거나. 처음엔 그 심심함이 무서웠는데 사나흘 지나니 편안함으로 바뀌었다.한 달쯤 지나며 의외였던 건 시간이 늘어난 느낌이었다. 정확히는 TV에 빨려 들어가던 .. 2026. 5. 7. 홈카페 1년 해보고 돈 따져보니 카페 지출이 한 달에 15만 원을 넘어가면서, 이럴 바엔 집에서 만들자 싶었다. 용품 사고 원두 갈기 시작한 지 1년. 결국 돈을 아꼈는지 더 썼는지 솔직하게 따져봤다.처음엔 최소한만 샀다. 프렌치 프레스, 핸드 드립 세트, 수동 그라인더, 원두. 다 합쳐 카페 한 달치쯤이었다. 첫 주 맛은 솔직히 실망이었다. 비율도 분쇄도 엉터리라 유튜브 보고 따라 해도 어색했다. 한 달쯤 지나며 알게 된 건, 원두와 물 비율만 지켜도 80점은 나오고 물 온도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거였다. 이 두어 가지만 잡으니 카페 비슷한 맛이 났다.맛이 안정되니 다른 원두가 궁금해졌다. 에티오피아는 과일향에 산미, 콜롬비아는 부드럽고, 인도네시아는 묵직하고. 이게 예상 못 한 재미였다. 절약하려고 시작한 게 어느새 취미가 됐다.문.. 2026. 5. 1. 회사에서 1년째 점심을 혼자 먹고 있다 같이 점심 먹던 사람이 셋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 이맘때 새 프로젝트에 들어가면서 점심시간에 회의가 자꾸 잡혔고, 다 끝나고 혼자 늦게 비는 식당에 가는 날이 늘었다. 처음 몇 번은 편의점 샌드위치로 대충 때웠다. 그러다 어느 날 그냥, 굳이 다시 합류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결심은 아니었고 그날 김밥집에서 한 줄 시켜놓고 든 생각이었다.솔직히 첫 주는 좀 그랬다. "한 분이세요?"라는 말이 그렇게 크게 들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흘쯤 지나니까 알게 된 게 있다 — 아무도 안 본다. 나도 옆 테이블에 혼자 온 사람 신경 안 쓰지 않나. 그 정도다. 시선이라는 게 거의 내 머릿속에만 있었다.한 달쯤 지났을 때가 의외였다. 이게 쉬는 시간이 되더라. 동료들이랑 먹으면 회사 .. 2026. 4. 30. 배달앱을 한 달 지우고 직접 해 먹어 봤다 배달앱 결제 내역을 보고 좀 놀랐다. 한 달에 거의 50만 원 가까이 배달 음식에 쓰고 있었다. 1년으로 환산하니 외면하기 힘든 액수였다. 그래서 한 달만 배달앱을 지우고 직접 해 먹기로 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흥미로웠다.첫 주는 의외로 쉬웠다. 앱 두 개 지우고 마트에서 일주일치 장을 봤다. 아침은 토스트랑 계란, 점심은 전날 저녁 남긴 걸로 도시락, 저녁은 간단한 한식. 요리하는 시간이 묘하게 명상 같기도 했다. 짜증 났던 건 딱 하나, 설거지가 매일 쌓인다는 거.둘째 주에 위기가 왔다. 야근하고 9시에 들어왔는데 손에 아무것도 없었다. 평소면 앱 켜고 5분이면 시켰을 텐데 그게 안 되니 화가 났다. 그날은 라면 두 봉지로 때웠고, 거기서 배웠다. 배달을 끊으려면 야근용 비상 식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 2026. 4. 22. 새벽 5시에 일어나 보겠다고 30일을 해봤다 유튜브에 미라클 모닝이니 새벽 루틴이니 하는 영상이 워낙 많아서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 평소 7시 반에 일어나던 사람이 두 시간 반을 당겨서 5시에 일어나보기로 했다. 30일 했고, 결론부터 말하면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다 있었다.첫 주는 그냥 좀비였다. 첫날은 의지로 일어났다. 알람 끄고 거실 나가서 불 켜고 물 한 잔.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머리가 멍해서 책을 펴도 안 읽히고 운동을 하려니 몸이 안 따라줬다. 사흘째부터는 알람 끄고 다시 잠드는 게 반복돼서, 첫 주에 성공한 날은 나흘뿐이었다.깨닫고 보니 문제는 기상 시간이 아니라 취침 시간이었다. 너무 당연한 말인데 처음엔 이걸 안 했다. 평소대로 12시 넘겨 자고 5시에 일어나려니 몸이 못 버틴 거다. 10시에 자는 걸 목표로 잡고 9시 이후엔 .. 2026. 4. 20. 옷장 절반을 버리고 1년을 살아봤다 작년 봄 이사 준비로 짐을 싸다가 좀 충격을 받았다. 옷장에 1년 넘게 한 번도 안 입은 옷이 절반이 넘었고, 책상 서랍은 언제 샀는지도 모를 물건으로 차 있었다. 미니멀리즘 같은 거창한 단어를 떠올린 건 아니고, 그냥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그 자리에서 버리기 시작했다.막상 해보니 비우는 게 제일 어려웠다. 깔끔하게 비워내는 그림을 상상했는데 실제로는 "이거 언젠가 쓸지도 모르는데" 하는 마음과 계속 싸우는 일이었다. 첫 주에 버린 게 옷 다섯 벌이 전부였다. 그래서 규칙을 하나로 줄였다. 1년간 안 썼으면 그냥 처분. 기준이 단순해지니까 한 달 만에 옷장이 눈에 띄게 비었고, 책도 꽤 덜어냈다. 아까웠는데 막상 비우고 나서 다시 아쉬웠던 물건은 거의 없었다.효과가 가장 분명했던 건 청소였다. 바닥.. 2026. 4.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