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점심 먹던 사람이 셋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 이맘때 새 프로젝트에 들어가면서 점심시간에 회의가 자꾸 잡혔고, 다 끝나고 혼자 늦게 비는 식당에 가는 날이 늘었다. 처음 몇 번은 편의점 샌드위치로 대충 때웠다. 그러다 어느 날 그냥, 굳이 다시 합류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결심은 아니었고 그날 김밥집에서 한 줄 시켜놓고 든 생각이었다.
솔직히 첫 주는 좀 그랬다. "한 분이세요?"라는 말이 그렇게 크게 들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흘쯤 지나니까 알게 된 게 있다 — 아무도 안 본다. 나도 옆 테이블에 혼자 온 사람 신경 안 쓰지 않나. 그 정도다. 시선이라는 게 거의 내 머릿속에만 있었다.
한 달쯤 지났을 때가 의외였다. 이게 쉬는 시간이 되더라. 동료들이랑 먹으면 회사 얘기, 누구 얘기, 그 얘기를 또 하게 되는데 그게 은근히 사람을 닳게 한다. 혼자 먹으면 30분을 입 한 번 안 떼도 된다. 책 한 챕터를 읽든, 그냥 멍을 때리든. 오후에 일이 더 잘 됐는데 이건 과장이 아니라 체감이 분명했다.
돈 얘기도 안 할 수가 없다. 다 같이 먹으면 메뉴가 위로 맞춰지고 끝나면 커피까지 가니까 만 원을 훌쩍 넘긴다. 혼자면 그날 내가 먹고 싶은 만큼만 고른다. 한 끼에 4~5천 원 차이가 났고, 한 달 모으니 10만 원쯤 됐다. 큰 돈은 아닌데 1년으로 보면 외면하기 어려운 액수다.
예상 못한 건 사람 관계 쪽이었다. 매일 같이 먹을 땐 "그 그룹 사람"이라는 자동 소속 같은 게 있었는데, 그게 없어지니까 오히려 정말 편한 사람하고만 주에 한두 번 날 잡아서 제대로 얘기하게 됐다. 자주 보던 게 줄었는데 관계는 더 진해진 느낌. 이 부분은 사람마다 다를 거라 단정은 못 하겠다.
다 좋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고깃집이나 한정식 같은 데는 여전히 혼자 못 간다. 2인분부터인 메뉴는 그냥 포기. "왜 요새 같이 안 먹어?" 하고 끈질기게 묻는 사람도 있었는데, 한동안 "프로젝트 바빠서"라고 둘러대다 지금은 그냥 "혼자가 편해서요" 한다. 그리고 컨디션 안 좋은 날, 감기 기운 있고 기분 가라앉은 날엔 누가 옆에 있었으면 싶기도 하다. 매일은 아니고 가끔.
1년 해보고 드는 생각은, 이게 밥을 혼자 먹는 기술이라기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안 불편해하는 연습에 가까웠다는 거다. 시작할까 말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김밥집이나 국밥집부터, 손에 책이든 폰이든 뭐 하나 들고 가면 초반 어색함이 덜하다.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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