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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1년에 두 권 읽던 사람이 100권을 채워봤다

by 물음표 요정 2026. 4. 19.

원래 책을 거의 안 읽었다. 1년에 한두 권이면 많이 읽는 축이었다. 그러다 작년에 좀 충동적으로 마음을 먹었다. 책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진짜인지 직접 확인해보자, 100권. 결국 14개월 걸렸다. 1년 안에 끝낸 것도 아니다. 그래도 채우긴 채웠으니 남기는 기록이다.

제일 먼저 한 건 책을 사서 쌓아둔 거였다. 읽고 사는 게 아니라 사고 읽는 쪽으로 순서를 바꿨다. 거실에 열 권씩 보이게 두니까 그래도 손이 갔다. 시간은 출퇴근하고 주말에 도서관 가는 걸로 메웠는데, 다 합쳐도 일주일에 아홉 시간쯤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안 맞는 책은 3분의 1쯤 읽다가 그냥 덮었다. 100권 도전이 100권 완독이라는 생각을 버린 게 오래 버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솔직히 처음 서른 권까지는 별 감흥이 없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책 책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심만 늘었다. 눈에 띄는 변화 하나는 유튜브 보는 시간이 줄었다는 정도. 그게 다였다.

바뀐 건 쉰 권쯤 넘어가면서였다. 새 책을 펴도 "이거 어디서 본 얘기 같은데" 하는 게 잦아졌다. 심리학 책에서 본 개념이 경제 책에 다른 말로 나오고, 자기계발서의 주장이 역사책 사례로 증명되는 식이었다. 책끼리 연결되기 시작하니까 머리에 남는 양이 갑자기 늘었고, 그때부터 읽는 게 재미있어졌다. 자기계발서만 파다가 50권 근처에서 같은 얘기 반복이 보여서 역사·인문 쪽 비중을 늘린 것도 이 시점이었다.

100권을 다 채운 지금 체감하는 변화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결정이 빨라졌다. 복잡한 상황에서 비슷한 사례나 사고 틀이 자동으로 떠올라서 끝없이 망설이는 일이 줄었다. 다른 하나는 한쪽 말에 잘 안 휩쓸리게 됐다. 같은 주제에 정반대 주장이 다 있다는 걸 책으로 여러 번 겪으니까, 자극적인 글을 봐도 "이게 진짜인가"가 먼저 든다. 대화가 깊어졌다는 말도 하고 싶은데 이건 내 착각일 수도 있어서 자신 있게는 못 적겠다.

두고두고 다시 권하는 책을 굳이 꼽으라면 사피엔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데미안 정도다. 데미안은 소설인데 어지간한 자기계발서보다 더 자기계발이 됐다. 나머지는 사람마다 갈릴 거라 길게 안 적는다.

하려는 사람한테 하고 싶은 말은 별로 없다. 속독 욕심 부리지 말 것, 안 맞으면 3분의 1에서 멈출 것, 한 분야만 파지 말 것. 100권이 커 보여도 막상 해보면 그렇게까지 대단한 숫자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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