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션 처음 만졌을 때는 신세계였다. 메모, 데이터베이스, 일정, 위키가 한 앱에서 다 됐다. 그런데 1년 쓰고 결국 옵시디언으로 옮겼다. 노션이 나쁜 앱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협업 들어가는 사이드 프로젝트는 지금도 노션으로 한다. 그냥 내 주된 용도엔 옵시디언이 맞았다는 기록이다.
노션의 장점은 분명했다. 새 페이지를 만들면 그림처럼 정리되고, 가족이나 팀이랑 같이 쓸 때는 거의 무적이고, 템플릿이 많고, 같은 데이터를 표로도 캘린더로도 본다. 공유가 필요한 작업은 옵시디언이 여기 못 따라온다. 이건 분명히 해두고 싶다.
그런데도 옮긴 첫 번째 이유는 속도였다. 메모가 천 개를 넘어가면서 눈에 띄게 느려졌다. 특히 인터넷 약한 카페에서 페이지 하나 여는 데 몇 초씩 걸리는 게 잦았는데, 메모 앱이 인터넷에 묶여 있다는 게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였다. 비행기에서는 거의 못 썼다. 옵시디언은 로컬 파일이라 그냥 즉시 열린다.
두 번째는 데이터를 내가 못 가진다는 거였다. 노션 데이터는 노션 서버에 있고, 내보내면 결과물이 어중간하다. 회사가 망하면, 가격이 오르면, 정책이 바뀌면 하는 불안이 1년 쓰면서 조금씩 커졌다. 옵시디언 메모는 그냥 내 컴퓨터의 .md 파일이라 옵시디언이 사라져도 메모는 멀쩡하다. 이게 나한테는 컸다.
세 번째는 메모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노션은 폴더처럼 계층으로 정리하는데, 메모가 많아지면 "이건 어디 넣지"가 매번 고민이었다. 옵시디언은 폴더 신경 안 쓰고 메모끼리 링크로 잇는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한 달쯤 쓰니 글 쓸 때 연결이 보여서 오히려 영감이 잘 떠올랐다. 가격도 개인은 평생 무료고 동기화는 iCloud로 대체했다.
물론 옵시디언이 무조건 낫다는 건 아니다. 마크다운 모르면 처음에 헤매고, 모바일은 노션이 훨씬 편하고, 협업은 사실상 안 되고, 이미지 관리가 번거롭다. 그래서 결론은 둘 중 하나가 정답이 아니라 — 협업·모바일·깔끔한 결과물이면 노션, 메모를 오래 많이 쌓고 오프라인·데이터 소유가 중요하면 옵시디언. 나는 협업은 노션, 개인 작업은 옵시디언으로 둘 다 쓴다. 다만 메인이 어느 쪽인지는 정해두는 게 덜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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