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는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도 들어서 작년 봄에 중급기 하나 샀다. 1년 써본 지금 솔직히 평가하면, 용도에 맞게 쓰면 효과가 있고 안 맞게 쓰면 그냥 전기만 쓴다. 우리 집은 큰 길 옆이라 창문 열면 매연이 들어오고 봄가을 미세먼지가 자주 올라오는 환경이라는 걸 감안해서 읽으면 된다.
확실히 효과를 본 건 세 경우였다. 미세먼지 나쁜 날, 강모드로 돌리면 실내 공기질 측정기 숫자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생선 굽거나 기름 요리 후 탁해진 공기도 몇 분 안에 꽤 빨리 잡아줬는데 환기 어려운 겨울에 특히 좋았다. 그리고 봄 꽃가루·가을 건조한 시기에 가족 재채기·콧물이 확 줄었다. 이건 가족이 먼저 알아챈 변화였다.
반대로 효과가 거의 없던 경우도 분명했다. 바깥 공기가 맑은 날은 청정기보다 그냥 창문 여는 게 나았다. 청정기는 이산화탄소를 못 줄이니까 실내 답답함은 결국 환기가 답이다. 옆집에서 넘어오는 담배 냄새도 거의 못 잡았고, 반려동물 털은 친구 집에서 비교해보니 청정기보다 청소+환기가 나았다.
전기료는 직접 재보니 생각보다 적었다. 자동 모드로 길게 돌려도 에어컨이나 TV보다 한참 덜 들었다. 대신 진짜 유지비는 필터다. 헤파·카본 필터를 1년에 한 번씩 갈아야 해서 본체 값과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 정확한 금액은 모델마다 다르니 안 적는다.
살 거면 체크할 건 몇 가지다. 적용 평수는 집 평수보다 넉넉하게, 단순 평수보다 CADR 수치를 비교하는 게 정확하고, 필터는 HEPA 등급을 확인하는 게 좋다. 큰 길가나 공장 근처, 알레르기 있는 가족, 반려동물 키우는 집, 요리 자주 하는 집이면 권하고 — 공기 좋은 외곽이거나 환기가 쉬운 집이면 굳이 없어도 된다.
1년 결론은 단순하다. 공기청정기는 환기의 완전 대체재가 아니라 보조재다. 미세먼지 날, 요리 후, 알레르기 계절엔 분명히 값을 한다. 매일 24시간 켜놓고 만병통치약처럼 기대하면 실망한다. 중급기 정도면 충분했고, 초고가 모델의 차별 기능은 일반 가정에선 체감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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