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는 사기 전에 "굳이?" 싶었던 가전 1순위였다. 햇볕에 말리면 공짜인데 왜 돈을 써. 그렇게 미루다 산 지 2년, 지금은 거의 매일 쓰는 필수 가전이 됐다. 그 마음이 바뀐 과정을 적는다.
사기 전 걱정은 셋이었다. 전기료 폭탄, 옷 상함, 햇볕이 더 위생적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면 셋 다 기우였다. 다만 그렇게 단정하기까지 2년이 걸렸으니 하나씩 적어둔다.
쓰고 가장 먼저 느낀 건 빨래 널고 걷는 일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거다. 이 작업에 시간을 얼마나 쓰고 있었는지 없어지고 나서야 알았다. 한 달로 치면 꽤 큰 시간이 그냥 생겼다. 사소한데 매주 반복되던 일이라 체감이 컸다.
옷 상한다는 얘기는 절반만 맞다. 티셔츠·수건·속옷·청바지류는 전혀 문제없었고, 니트나 기능성 운동복, 와이어 있는 속옷은 변형이 왔다. 결국 답은 단순했다. 건조 금지 라벨은 무조건 지키고 울·캐시미어는 따로, 나머지는 그냥 돌린다. "옷이 다 상한다"는 인터넷 말은 과장이고 라벨만 보면 된다. 의외였던 건 수건이었다. 햇볕에 말린 수건이 가끔 까슬한데, 건조기 수건은 호텔 수건처럼 폭신했다. 매일 쓰는 거라 이 차이가 생각보다 만족도에 컸다.
전기료는 2년 누적으로 재보니 생각보다 훨씬 적었다. 세탁기나 에어컨보다 한참 덜 들었다. 유지비도 사실상 전기료뿐이고 필터 청소 정도다. 정확한 금액은 모델·요금제마다 다르니 안 적는다. 하나 분명히 할 건, 히트펌프식과 전기식은 전기료 차이가 커서 길게 보면 히트펌프식이 초기 비용 차이를 메우고도 남았다. 살 거면 이건 타협 안 하는 게 낫다.
2년 결론은, 건조기는 빨래 건조 시간을 줄이는 기계가 아니라 "빨래 걱정"을 없애는 기계다. 비 오는 날, 장마, 야근하고 온 저녁에 "이거 어떻게 말리지" 하는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맞벌이거나 발코니 없는 집, 장마철 안 마르는 집이면 적극 권하고, 1인 가구나 세탁 빈도가 아주 낮으면 굳이일 수 있다. 망설이는 사람한테는, 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빨리 사라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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